참으로 오랜만의 캠핑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몇시간만에 급조된 캠핑이라, 아무 준비 없이 그냥 몸과 짐만 가지고 영월로 무작정 향했다.
밤 10시에 수원에서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12시더군. 차가 안 막혀서 엄청 빨리 갔다.
밤이 늦어서 일단 텐트를 치고 유담뽀에 물을 데워 넣은 후 바로 취침.
머리는 까치집을 만들어 놓고는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HB.
간밤에 추워서 잠을 설쳤는지, 눈이 땡땡 부은 톰.
눈을 떠요 잠자는 숲속의 톰!
주천면 읍내로 나가서 먹을 거리를 사고 돌아와, 점심은 간단한 재료로 볶음밥을 해 먹었다.
톰이 조금 추워하는 것 같길래, 방석을 위에 덮어 주었더니 킹왕짱 좋아했다.
대충 장을 봐서 준비한 거라 허접했지만 HB는 맛있어했다.
훗 그럼 주는 대로 먹어야지 뭘 어쩔거냐능 ㄲㄲ
피망을 추가로 넣는다는게 깜빡하고 읍내에서 안 사와서 그만-_-)y~
간단히 커피를 마시며 뉴욕커의 기분을 살짝 맛본 후
이 추운 데 꼭 나가야 하는 거냐며 저렇게 감히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반항하는 톰을 이끌고
인근 법흥사로 가볍게 산책을 나갔..었는데 존나 춥고 멀어서 죽을 뻔 했지만 암튼 갔다.
이 가벼운 산책이 엄동설한 1시간의 트래킹이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채 그저 좋아하는 톰
눈도 좀 밟아보고
"아니 누님, 벌써 지치신 거냐능? 저같은 헐벗은 꼬꼬마도 열심히 걷는뎁쇼?"
노쇠한 체력의 주인어르신을 타박도 좀 해 보고 하면서
즐겁게-_- 다녀왔다.
태어나서 제일 오래 산책한 덕분에 정신줄을 슬슬 놓기 시작하는 톰.
텐트 안 풍경.
주인들은 주천면에서 구입한 한우 등심을 구워먹을 생각에 들떠 있는데,
톰의 의식은 이미 100만 광년 너머로 떠나 버렸다.
누가 올려 놓지도 않았는데, 저기가 제일 따뜻하다고
방석을 뒤집어 쓴 채로 의자 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HB와 나는 이런 톰에게 별명을 붙여 주었다. "식빵 톰"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이뭐..
밖에서는 살짝 눈이 흩날리는 가운데, HB가 고기를 굽기 위해 차콜을 세팅중.
그동안에 텐트 안에서 톰은 주인님의 그간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자면서 몸개그중.
세팅 완료!
주천면 다하누촌에서 구입한 한우 등심.
식사 후 기괴한 크로키용 자세로 향후 5년간의 국내 정세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나.
아아.. 나라가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저런 말도 안되는 자세를.. 아아 이런 우국충정이란!
후식으로 겨울엔 역시 국물이 장땡이라는 HB의 주장으로 오뎅탕을 준비했다.
점심 때의 볶음밥과 마찬가지로 장을 엄청 급하고 허접하게 보았기 때문에 재료는 초간단.
없는 재료로 만든 것 치곤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능..
괜히 잘 자고 있던 톰을 깨워서 술김에 재롱을 피우고 있는 HB.
이렇게 둘쨋날 밤은 화기애애-_-하게 저물어 갔다.
간밤은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며 바람도 세차게 불고 장난이 아니었다.
매정한 주인인 나와 HB는 침낭 안에서 따뜻하게 잠을 청했지만,
침낭 밖에 있던 톰은 밤새 떨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 봤더니 코에 콧물이 주렁주렁-_-
난로를 켜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 캠핑 중 자신의 전용석으로 찜한 난로 옆 명당에 가서 몸을 녹이고 있는 톰.
아침 겸 이른 점심식사는 초간단 재료로 만든 떡볶이.
만족해 하는 HB. 훗 그럼 니가 별 수 있겠느뇨. 껄껄껄껄
"혀, 형님, 쇤네도 이제 어엿한 7개월 사춘기견이빈다. 커피 한 모금만 나눠줍쇼. 굽신굽신"
애절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톰을 가볍게 무시하고 우아하게 뉴욕커놀이를 즐기는 HB.
2박 2일 동안 강풍과 한파 속에서 우리 셋을 지켜 준 우리집. 수고가 많았구나. 헛헛헛헛.
우리들 캠프장은 법흥계곡에 위치하고 있는데,
올 여름에 개장해서 네비게이션 맵에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아이나비 기준)
법흥사를 네비게이션에 찍고 계속 달리다 보면,
솔밭캠프장이라고 좀 유명한 캠핑장이 나오는데, 여길 지나서 차로 5분여 더 가면 나온다.
이곳의 장점은
1) 주인 내외분이 참 친절하다. 밤 12시에 도착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그 추운데 옆에서 텐트 치는 것을 거들어 주셨다ㅠ_ㅠ
2) 겨울에도 온수가 나온다. 게다가 실내에서 설겆이가 가능하다. 이거 정말 겨울 캠핑에서 엄청 중요하다.
3) 화장실 시설이 깔끔하다. 여자 화장실 기준으로 좌변기 1개, 수세식변기 2개.
4) 민박시설도 겸하고 있어서 캠핑장비 없는 사람들을 캠핑계로 입문시키기 좋을 것 같다.
단점은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랄까?
이것은 강원도쪽에 있는 캠핑장이라면 공통적인 문제니 뭐..
중앙고속도로 신림 IC에서 빠져 나와 30분 정도를 차로 더 가야 한다.
만약 밤길이 초행길이라면 고생을 좀 해야 할 듯.
비수기 기준 1박 1만 5천원. 온수 및 전기 사용 가능. 장작 판매. 가스 배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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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2 21:56 [ ADDR : EDIT/ DEL : REPLY ]